뭐 알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여행사 직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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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전공도 이쪽이고, 경력도 이쪽이고, 관심 분여도 이쪽이다. 때는 바야흐로 2010년대 초반 전통의 강호 하와이 OR 발리에 식상함을 느끼고, 여러 가지 새로운 신혼여행지가 소비자들의 눈 망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지금의 추세는 잘 모르겠으나 그 당시에는 모리셔스, 칸쿤, 세이셸 등 엄청 아름답지만 가격도 비싸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중미와 아프리카쪽 섬 지역을 포함하여, 가까운 크라비나 코사무이 등의 지역도 한창 이색 여행지로 인기가 오르고 있었다. 그 당시 흘러넘치는 정보들과 후기들로 인해 크라비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도 했으며, 친한 직장동료 중 한 커플이 크라비로 신혼여행을 가기도 했었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크라비는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워나비 여행지가 되어있었다.
때는 아마 8월에서 9월 쯔음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착한 크라비에는 우리의 도착과 동시에 태풍이 몰려왔다. 약 4~5일이 되는 일정 동안 정말 비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내렸다. 잠시 소강상태가 있긴 했으나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없었으며, 주변 섬으로 나갈 수 있는 배도 전면 중단되었다. 크라비는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비치가 있기는 하지만 발리와 같이 전혀 아름답지 않은 똥물이며,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각종 바탕화면에서 나올법한 새하얀 화이트비치를 갖고 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까운 피피섬이라던지 주변 여러 섬 투어 등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를 잘 못 만났다. 최고의 야경을 자랑하는 전망대에 올라갔더니 안개가 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만 반복하다가 크라비 일정이 끝났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태국은 정말 먹거리 천국이다. 가끔 향신료가 잘 안 맞아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태국에는 그만큼의 선택지가 더 많기 때문에 향신료가 없는 음식으로 잘 알아보고 고른다면 음식이 안 맞아서 고생할 확률도 크게 적어진다. 하지만 나와 나의 와이프는 향신료의 광팬이기도 하고, 못 먹는 음식 없이 다 잘 먹고 다 즐긴다.
태국에 머무르는 3주 정도 동안 정말 쉬지않고 먹고 마시고 돌아다니고를 반복했고, 택시를 타지 않기로 하여 항상 버스나 걸어 다니는 일상을 반복했다. 많이 걸을 때는 하루에 10시간 이상씩을 걸어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여행 동안 8kg의 체중 증가를 경험했다. 단기간에 이렇게 큰 변화는 처음이었다.
크라비를 떠나기 전날 크라비 야시장에서 구입했던 마그넷이다. (크라비 야시장은 크라비 비치쪽에 있는 게 아니라 그라비 메인 시티 쪽에 있으며 열리는 날을 꼭 잘 확인하고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
신기하게도 저 조그만한 온도계가 기능을 한다. 그냥 단순 장식품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 재확인해보니 온도가 맞더라..
나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라서 갔던 곳을 다시 방문하기보다는 새로운 곳을 찾아 여행하기를 좋아하는데, 크라비의 경우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어트렉션들과 자연들이 많이 아쉬운 곳이라, 언젠가 꼭 한번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대신 크라비에 있는 맛집이란 맛집은 다 찾아다녔던 것 같아서 맛집에 대한 아쉬움은 적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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